명동 맛집 하동관 세월이 지나 이제는 호불호가 갈리는 서울의 대표 노포
이제는 시간이 지나 하동관을 비롯 청진옥, 을지면옥 등과 같은 오래된 노포의 맛에 호불호가 생기는 점이 아쉽습니다. 청진옥의 해장국은 미지근했는데 지금은 펄펄 끓여 나오고, 을지면옥의 심심한 맛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입맛이 변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서울의 노포
서울에도 100년 넘은 노포들이 생기고 과거의 맛집들은 백년 가게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맛은 현재의 맛과 달랐다는 것을 이 노포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구린 맛, 누린 맛은 줄어들고 짠맛, 단 맛, 매운맛 등 강한 맛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설렁탕이나 해장국은 빠르게 말아 빨리 먹을 수 있도록 미지근한 맛있었는데 지금은 뚝배기에 펄펄 끓는 채 나옵니다. 예전처럼 내면 만들다 만 맛이라고 타박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동관 맛의 비밀은 누린 맛
허영만의 만화 식객 제1권 4화 '36.2.0.60'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 하동관이 등장합니다. 이 제목에는 하동관 곰탕의 특징과 역사, 그리고 그들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허영만 화백은 하동관 곰탕의 가장 큰 미덕을 '변함없는 맛'과 '전통'에서 찾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세대가 바뀌어도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그들의 뚝심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 맛이 누린 맛입니다.
하동관 36.2.0.60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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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관의 조리법
하동관 곰탕은 오로지 쇠고기 양지와 사골, 내장만 넣고 푹푹 삶는 것이 전부입니다. 생강, 마늘 같은 다른 잡다한 재료를 일절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장시간 끓이면서 수시로 기름기를 걷어내 맑고 깔끔한 국물을 유지합니다. 매일 아침 그날 팔 양만큼만 끓여내며, 중탕이나 재탕을 하지 않고 그날 끓인 신선한 국물만 판매합니다. 이 때문에 오후 4시 전후로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 '하루 500그릇 한정 판매' 원칙을 고수합니다. 이는 이윤 극대화보다는 맛의 일정함을 지키려는 철학입니다.
하동관의 재료
하동관은 곰탕의 핵심인 한우 최고급 암소를 사용합니다. 국산 한우만을 고집하며, 잡내 없이 깨끗하고 깊은 맛을 내는 데 있어 재료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고기는 CJ에서 인수하려 했던 팔판정육점에서 공급한 소고기로 '식객' 1권 3화 '만 원으로 푸짐한 밥상 차리기' 편에 나온 집이기도 합니다.
팔판 정육점 하동관, 우래옥의 소고기는 동네 정육점에서 가져다 요리 한 것
하동관과 우래옥은 모두가 알고 있는 서울의 맛집입니다. 이 두 집의 맛은 독특합니다. 그리고 맛이 변하기는 하나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살짝 변합니다. 옛날부터 유명했으니 이 집에서 매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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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에 들어가는 내장(내포) 또한 깨끗하게 손질하여 잡내를 제거하고 특유의 구수함과 쫄깃한 식감을 살립니다. 곁들여 나오는 깍두기 역시 제주산 무와 국산 재료만을 사용하여 매일 담그고 적절히 숙성시켜 곰탕과 최상의 궁합을 이룹니다. "일하는 중국 이모 빼곤 다 국산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재료에 대한 신념이 확고합니다.
노포의 맛 변화
맛집 | 과거 (20여년 전) |
현재 |
하동관 | 누린맛 뜨겁지 않은 국물 (놋그릇에 담아옴) 김치국과 날계란을 넣어 먹는 문화 |
누린맛이 줄고 있음 뜨거워 지는 국물 김치 따로 계란은 주문하는 사람만 |
청진옥 | 미지근하다 느낄 정도의 국물 토렴 선지 중심 |
뜨거운 국물 토렴은 요청하는 경우만 (주문해도 모르는 경우 많음) 내장 중심, 선지는 약하게 매운 맛이 강해지고 있음 |
명동교자 | 마늘 기름이 보이는 걸죽한 국물 진한 마늘 향과 많은 마늘 칼칼한 겉저리 형태의 김치 |
진한 국물 마늘향 매운 맛이 강화된 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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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입맛이 변하니 어쩔 수 없지만 예전의 맛은 예전의 맛으로 지켜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서울의 맛을 다채롭게 즐겨본다는 측면에서 하동관의 맛을 여느 집의 깔끔한 맛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청진옥이나 명동교자도 마찬가지입니다.